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디자인이 만든 몰입 1부 – Journey: 움직임의 미학, 사막의 시詩

by HaGT 2025. 4. 12.

디자인이 만든 몰입 1부 – Journey: 움직임의 미학, 사막의 시詩

 

《Journey》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감정을 느끼고, 무언가를 깨닫는다.

이 게임은 이야기 대신 ‘움직임’, 캐릭터 대신 ‘형상’, 대사 대신 ‘빛과 색’으로 모든 것을 전달한다.

이번 글에서는 《Journey》가 어떻게 미니멀리즘 디자인, 사막의 색채 설계, 그리고 움직임의 미학을 통해 말 없이도 마음에 닿는 경험을 만들어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1. 미니멀리즘 – 비워서 채우는 감정

🎮 시각 요소의 절제

《Journey》의 첫 화면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한 캐릭터, 부드러운 곡선의 언덕, 그리고 조용한 사막.

화면의 UI는 없다. 체력바도, 미니맵도, 퀘스트 지시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플레이어는 오직 ‘자신이 보고 듣는 것’만으로 여정을 해석해야 한다.

📐 형태와 구조의 단순화

  • 캐릭터: 얼굴 없는 로브 형태 → 감정 투사 유도
  • 건물: 기하학적, 대칭 구조 → 고대 유적의 추상화
  • 아이콘: 심벌 기반 → 언어 불필요

이 미니멀한 구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여백을 만들어준다.

“이건 슬픈 장면인가?” “지금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걸까?” → 정답은 없고, 오직 해석만이 있다.

💡 디자인 철학 요약

| 요소 | 설명 | |------|------| | 정보 제거 | 몰입감 + 상상력 자극 | | UI 미사용 | 감각 중심 플레이 유도 | | 상징적 시각 언어 | 언어의 장벽 제거 → 글로벌 감정 공유 가능 |


2. 사막의 색채 – 빛과 모래로 그린 감정

🌄 사막이라는 공간 선택

왜 하필 ‘사막’인가?

사막은 비어 있고, 조용하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빛과 바람,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표정이 바뀌는 공간이다.

🎨 색채의 흐름 – 여정의 감정 변화

| 챕터 | 주요 색상 | 감정 키워드 | |-------|------------|---------------| | 시작 | 황금빛, 연노랑 | 새로움, 경외 | | 중반 | 붉은 사막, 주홍 | 활기, 도전 | | 후반 | 청색, 어두운 남색 | 절망, 고요 | | 절정 | 백색, 눈 덮인 구간 | 시련, 침묵 | | 엔딩 | 금빛 하늘 | 해탈, 평화 |

특히 빛의 반사 효과는 단순히 예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심리 상태와 감정의 밀도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 카메라 앵글과 색의 조합

- 넓은 파노라마 + 따뜻한 색조 → 위압감보다 경이로움 강조 - 하강 구간에서 채도 축소 → 불안, 고립 - 엔딩 직전 하얀 공간 → 생과 사의 경계 느낌 - 엔딩 후 점차 붉은 하늘 → 생명의 순환을 상징

🧠 시각-심리 연계

- 플레이어는 아무 설명 없이도 “지금은 외로워야 한다”는 걸 안다. - 색이 먼저 말하고, 감정은 그 뒤를 따른다.


3. 움직임의 미학 – 조작이 곧 서사가 된다

🎮 조작의 단순화

  • 이동, 점프, 노래(파동)
  • 공격, 전투, 아이템 없음
  • 입력의 개입 최소화 → 감정의 흐름 유지

《Journey》에서의 이동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감정의 이동이다.

모래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감각, 점프 후 공중을 떠다니는 찰나의 무중력감, 모래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순간의 리듬.

💡 움직임과 음악의 싱크

- 플레이어가 점프할 때마다 음악의 보조 리듬이 미세하게 반응 - 하강 시 템포 느려지고, 상승 시 현악기 고조됨 - 이는 조작감 자체가 리듬감 있는 연출로 느껴지게 만듦

🤝 멀티플레이의 무언 감정

《Journey》의 가장 혁신적인 구성은 멀티플레이어의 형태다.

  • 다른 유저와 무작위로 만나 함께 이동
  • 대화 불가, 이름도 없음
  • 오직 '파동’(노래)과 '움직임'으로 소통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익명의 동료와의 여정은 놀랍도록 따뜻하고, 때로는 눈물겹다.

말하지 않아서, 더 전해진다. 움직임이 감정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게임.

4. 게임 구조 전체 – 감정의 곡선을 따라 설계된 시각 리듬

📈 감정 곡선 구조

| 구간 | 분위기 | 색채 | 카메라 앵글 | |------|--------|------|---------------| | 도입 | 경이 | 따뜻한 노랑 | 낮고 넓게 | | 전개 | 탐험 | 붉은 주황 | 빠르게 줌인/아웃 | | 위기 | 두려움 | 어두운 회색, 남색 | 폐쇄적, 고정 | | 고비 | 고독 | 백색 | 정면 앵글, 극한 클로즈업 | | 절정 | 해방 | 황금빛 | 위에서 아래로 비추며 광휘 강조 |

🎼 시각 + 음악 + 컨트롤의 삼위일체

비주얼이 감정을 말하고, 음악이 그것을 감싸고, 조작이 그것을 ‘함께 겪게’ 만든다.

이건 단순한 시각 디자인이 아니다. 디자인이 곧 내러티브인 구조다.


5. 제작 의도 – “디자인이 말을 대신하게 하라”

《Journey》를 만든 Thatgamecompany와 아트 디렉터 매트 나바(Matt Nava)는 다음과 같은 디자인 철학을 밝힌 바 있다:

“우리는 말이 없이도, 어떻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정답은 ‘움직임과 색’이었다.”

즉, 플레이어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직접 걸어가는 것’이 된다.

그 감정의 흐름은 UI, 텍스트, 컷신이 아니라 빛, 음영, 시선, 거리감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것이 《Journey》를 단순한 인디게임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말하는 게임으로 만든 결정적 이유다.


📚 결론 – 디자인이 만든 감정의 여정

《Journey》는 감정을 설계한 게임이다. 그 감정은 말이 아닌, 색으로, 움직임으로, 여백으로 구성된다.

플레이어는 그 세계를 바라보며, 걷고, 느끼고, 마침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게 된다.

디자인이 곧 감정이 되고, 감정이 곧 이야기가 되는 게임. Journey는, 그 자체가 한 편의 시(詩)였다.

🎮 다음 편 예고:

2부 – Inside: 침묵의 미술관, 흑백의 공포
말 없이 흐르는 배경과 침묵으로 밀어붙이는 연출, 《Inside》는 어떻게 한 컷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감정을 만들었는가?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