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uld you kindly...?” 단 한 문장으로 게임 역사상 가장 강렬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 작품, 바로 《바이오쇼크(BioShock, 2007)》.
이 게임은 액션 슈팅 장르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핵심은 자유의지, 통제, 도덕,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Would you kindly’라는 명령어를 중심으로 ‘우리는 진짜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가?’라는 자유의지의 철학을 파헤쳐 봅니다.
1. 배경 – 바닷속 유토피아, 랩처(Rapture)
랩처(Rapture)는 대서양 해저에 세워진 비밀 도시입니다. 과학, 예술, 개인주의가 통제받지 않는 자유의 낙원을 꿈꿨던 자본주의 철학자 앤드루 라이언(Andrew Ryan)이 만든 세계죠.
- “신도 없고, 왕도 없고, 인간의 땀만이 대가를 받는 곳”
- 완전한 자유, 경쟁, 혁신을 목표로 설계된 유토피아
- 그러나 결과는 무정부적 폭력과 광기로 점철된 디스토피아
랩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철학의 실험실입니다. “자유가 극단에 이르면 사회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 물음을 현실로 구현한 공간이죠.
2. 이야기의 전개 – 선택인가, 명령인가
주인공 ‘잭’은 비행기 추락 후 랩처에 들어오게 되고, 무전기 너머의 남자 애틀러스(Atlas)의 안내에 따라 도시를 탐험하게 됩니다.
애틀러스는 끊임없이 말합니다:
“Would you kindly... press that button?” “Would you kindly... kill Andrew Ryan?”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 명령을 '선택'이라고 믿고 따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세뇌 명령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게임은 철학적 충격을 선사합니다.
3. 철학 키워드 ① 자유의지와 결정론
🎭 자유의지란 환상일 뿐인가?
게임의 구조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당신은 지금까지 정말 스스로 플레이한 것인가?
- 아니면 ‘게임이 시키는 대로’ 명령을 따랐던 것인가?
바이오쇼크는 플레이어의 착각을 이용해 자유의지를 조롱합니다. 당신이 한 행동은 사실 애초부터 정해진 프로그래밍 안에 있었던 것.
🧠 토마스 홉스 vs 데이비드 흄
- 홉스: 자유란 방해받지 않고 욕망대로 행동하는 상태
- 흄: 인간의 의지는 원인과 결과로 연결된 결정의 연쇄일 뿐
우리는 게임 속 ‘자유로운 결정’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개발자가 설계한 스크립트 안에서 움직이는 결정론적 사고일 수 있습니다.
4. 철학 키워드 ② 인간의 본성과 도덕
랩처는 “개인의 이익과 자유가 궁극적인 선이다”라는 철학 아래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윤리를 잃었고, 자본은 도덕을 잃었으며, 예술은 통제를 거부했습니다.
📜 아인 랜드의 ‘객관주의(Objectivism)’ 패러디
- 앤드루 라이언 = 아인 랜드 사상의 극단적 구현
- “이타심은 사기다, 인간은 이기적이어야 한다” → 도시 붕괴
랩처는 결국, 자유만 있고 책임은 없는 사회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반(反)유토피아적 철학 실험입니다.
5. 철학 키워드 ③ 게임과 메타 인식
바이오쇼크는 단지 게임 속 이야기만 다루지 않습니다. 플레이어의 손, 의도, 경험 자체를 질문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 당신은 버튼을 누를 때 ‘생각해서’ 누른 건가요?
- 아니면 그냥 게임이니까, 자연스럽게 한 건가요?
결국 바이오쇼크는 이렇게 묻습니다:
“Would you kindly stop playing?”
6. 결론 – 플레이어여, 당신은 자유로운가?
- 우리는 언제나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사실 선택지 안에서만 움직이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 바이오쇼크는 그 점을 찌르며, 게이머의 경험 자체를 ‘철학적 도구’로 바꾸는 게임입니다.
-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FPS 게임이 아닌 게임 철학의 대표작, 자유의지 논쟁의 교본으로 평가받습니다.
📢 다음 편 예고:
게임 속 철학 4부 – 다크소울: 죽음을 반복하며 배우는 삶의 철학 수많은 죽음, 실패, 다시 도전. 다크소울의 세계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는 실존주의 체험입니다. 죽음이 가르쳐주는 철학을 함께 탐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