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 오토마타(NieR: Automata)는 액션 RPG의 외형을 갖췄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철학적 메시지와 상징이 숨겨져 있는 작품입니다. 기계 생명체와 안드로이드, 인간 없는 전쟁. 이 게임은 단순한 ‘싸움’이 아닌 존재 이유, 반복, 자유, 감정을 묻는 거대한 철학적 탐구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니어: 오토마타가 제시하는 ‘존재의 목적’, ‘자유의지’, ‘반복과 해탈’이라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해석해봅니다.
1. 기본 설정 – 인간 없는 인간전
배경은 먼 미래, 인류는 외계인의 침공을 피해 달로 이주했고, 지구는 그들이 만든 기계 생명체(Machine Lifeforms)와 인류가 만든 안드로이드(YoRHa 부대) 사이의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 인간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으며, 전쟁은 ‘명분 없는 싸움’으로 반복됨
- 주인공 2B, 9S, A2는 안드로이드임에도 불구하고 감정, 고뇌, 의문을 품기 시작함
게임은 루트 A부터 E까지 총 다섯 개의 루트를 통해 계속해서 ‘존재의 의미’와 ‘선택의 반복’이라는 주제를 심화시켜 나갑니다.
2. 철학 키워드 ① 반복과 무의미 – 실존주의
게임의 서사는 기본적으로 루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B와 9S는 싸우고 죽고 다시 싸웁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이 반복되는 전쟁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죽고 살아난 존재라는 것도 모르고 있죠.
📘 사르트르 vs 카뮈 – 실존주의의 핵심 논쟁
- 사르트르: 인간은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본질을 만든다 (자유의 책임)
- 카뮈: 인생은 본질적으로 부조리하며, 반복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의미다
니어는 카뮈의 ‘시지프 신화’처럼,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서도 인간적 감정과 의미를 찾으려는 안드로이드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반복은 결코 기계적이지 않습니다. 게임은 루트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진짜 감정’과 ‘내면의 질문’을 강조하며 존재 자체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묻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3. 철학 키워드 ② 감정과 의식 –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인가?
2B는 임무에 충실한 전투형 안드로이드, 9S는 호기심 많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스캐너형 안드로이드입니다.
9S는 인류가 멸망했다는 진실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무의미한 명령’에 속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분노합니다.
🧠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다시 보기
- 감정은 의식의 증거인가, 프로그래밍의 산물인가?
- 자각 없이 싸우는 안드로이드는 과연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2B는 반복되는 임무 속에서 감정을 억누르지만, 그녀의 눈빛, 몸짓, 행동은 점점 기계가 아닌 인간의 것에 가까워집니다.
이들은 실제 인간이 아님에도 죽음 앞에서 슬퍼하고, 배신에 분노하며, 사랑을 느낍니다. 그 자체로 이미 인간성과 감정의 의미를 되묻는 존재입니다.
4. 철학 키워드 ③ 자유의지와 선택 – 결정론 vs 자유
니어는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요구합니다. 때로는 희생, 때로는 침묵, 때로는 포기.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선택이 ‘누구의 것인가’입니다.
🧩 결정론적 세계 속 자유의 가능성
- 우리는 루트를 따라가지만, 마지막은 직접 선택합니다
- 루트 E에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고 다른 플레이어를 도울 것인가’라는 진짜 질문이 등장합니다
이 선택은 단순히 게임 안의 결정이 아닙니다. 당신, 즉 플레이어 자신이 희생함으로써 ‘희망’을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그 순간, 니어는 게임을 넘어서 ‘윤리적 선택’이라는 철학적 체험이 됩니다.
5. 철학 키워드 ④ 존재의 이유 – 우리는 왜 싸우는가?
게임 내 수많은 안드로이드와 기계 생명체는 자신이 왜 싸우고 있는지 모른 채 반복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일부는 묻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이 질문들은 기계가 인간처럼 존재의 본질을 고민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그 순간, 니어는 게임이 아니라 철학이 됩니다.
6. 결론 – 니어 오토마타, 기계가 묻는 철학
- 니어는 인간의 삶을 기계에 투영해 되묻는 작품입니다.
- 감정, 자유, 죽음, 사랑, 반복… 모든 요소가 철학적 구조를 지닙니다.
- 플레이어는 선택을 통해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 다음 편 예고:
게임 속 철학 3부 – 바이오쇼크: 자유의지란 환상인가? “Would you kindly...?” 게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질문을 던진 바이오쇼크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은 진짜였는지 파헤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