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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문학 시리즈 8부 – 고통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옥토패스 트래블러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by HaGT 2025. 4. 3.

게임과 문학 시리즈 8부 – 고통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옥토패스 트래블러(Octopath Traveler)》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전혀 다른 형식의 서사지만, 각기 다른 인물들이 자신의 신념, 고통, 죄, 정의, 신에 대해 질문하며 교차하는 서사 구조를 지닌 작품입니다.

옥토패스의 8명의 주인공, 그리고 카라마조프의 세 형제와 주변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과 죄를 마주하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와 구원의 가능성을 찾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작품이 어떻게 다중 시선 서사, 도덕적 혼란, 신의 침묵, 인간의 책임을 풀어내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합니다.


1. 서사 구조 – 다중 시선과 교차하는 운명

🧭 옥토패스 트래블러 – 8인의 여정, 하나의 세계

게임에는 8명의 주인공이 존재합니다:

  • 세스를 찾는 무녀 ‘오필리아’
  • 복수를 다짐한 전사 ‘올베릭’
  • 과거를 지우려는 댄서 ‘프림로제’
  • 진실을 좇는 학자 ‘사이러스’
  • 약을 찾아 떠나는 약사 ‘알펜’
  • 실종된 일기를 쫓는 상인 ‘트레사’
  • 복수를 위한 사냥꾼 ‘하니트’
  • 암흑 마법을 사용하는 신비한 인물 ‘테리온’

각자의 이야기는 서로 직접 연결되지 않지만, 모두 고통과 결핍,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여정입니다.

게임은 이 8명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며, “진실은 누구의 것이며, 올바름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합니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세 형제와 그들의 세계

소설은 아버지 페도르 카라마조프의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세 아들의 시선에서 신, 도덕, 죄, 사랑을 탐구합니다:

  • 신과 기독교 윤리를 믿는 순수한 수도사 ‘알료샤’
  • 이성적 무신론자이며 고뇌하는 철학자 ‘이반’
  •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삶을 추구하는 ‘드미트리(미챠)’

이들은 각기 다른 가치관과 인생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이 가치들은 충돌하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도스토옙스키의 핵심 주제로 수렴됩니다.


2. 고통과 죄의 무게 – 구원이 가능한가?

⚔ 프림로제 & 드미트리 – 복수의 그림자

프림로제는 아버지를 죽인 세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음의 무대를 떠돌며 어둠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녀의 복수는 점점 자신의 내면을 파괴합니다.

드미트리 역시 아버지를 증오하며, 그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감정적으로 책임을 지고 고통을 감내합니다.

두 인물 모두 복수가 인간성을 회복시켜 주지 못함을 깨닫습니다. 고통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살아 움직이는 죄책감으로 존재합니다.

🕊 오필리아 & 알료샤 – 신에 대한 믿음

오필리아는 여동생 대신 세스를 수행하며 인간의 삶에 ‘빛’을 전하려 노력합니다. 알료샤는 신의 뜻에 순종하며 세상과 화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신의 침묵 앞에서 흔들립니다. 오필리아는 죽음과 배신을 겪으며 신이 왜 고통을 허락했는지를 묻고, 알료샤는 이반의 철학 앞에서 신의 정당성을 의심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은 사랑과 용서, 연대를 선택합니다. 신은 침묵할지언정, 우리는 서로를 위해 신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3. 이성과 신념 – 옳음이란 무엇인가?

📚 사이러스 & 이반 – 진리를 좇는 사람들

사이러스는 학문과 지식의 힘을 믿으며, 세상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 인류를 구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적인 만족감보다는 진실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지는 인물입니다.

이반은 날카로운 지성으로 세상의 모순을 꿰뚫습니다. 그는 “만약 신이 존재하고, 그 신이 고통을 허락한다면, 나는 그런 신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반의 대표 장면인 ‘대심문관’ 장면은 자유의지와 인간의 무력함을 상징하며, “진실은 중요하지만, 인간은 진실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냅니다.

⚖ 테리온 & 스메르쟈코프 – 도덕의 붕괴

테리온은 과거의 상처와 배신으로 인해 모든 인간을 불신하며 도둑의 길을 택합니다. 그는 자신이 죄인임을 자각하면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믿습니다.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의 사상에 영향받아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논리로 살인을 저지릅니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의 죄에 대해 책임을 지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테리온은 구원을 꿈꾸지만, 스메르쟈코프는 회피하고 자기연민에 빠집니다.


4. 삶의 의미 – 고통은 끝나지 않지만, 함께 견딜 수 있다

🧪 알펜 & 카라마조프 전체 –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

알펜은 약사로서 모든 사람을 치료하고 돕고자 합니다. 그는 죽음을 부르는 병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돕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약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아픈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모든 인물들도 스스로 죄인임을 자각하며 고통을 껴안습니다.

  • 알료샤는 끝없이 사랑하고,
  • 드미트리는 죗값을 받아들이며,
  • 이반은 무너져가면서도 인간으로 남으려 합니다.

도스토옙스키는 말합니다: “고통은 인간을 파괴하는 동시에, 인간을 더 깊은 곳에서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5. 신은 존재하는가? – 침묵과 책임의 시대

⛪ 옥토패스 트래블러 – 신은 불완전하다

게임의 세계에는 신과 신화를 기반으로 한 종교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신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신을 믿지만, 신은 인간의 고통을 막지 못합니다.

오필리아는 그 속에서 스스로 신처럼 살아가려는 선택을 합니다. 누군가를 살리고, 지키고, 사랑하려는 인간적 행동이 신의 뜻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신은 침묵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지만, 그 신은 언제나 침묵합니다.

인물들은 신 앞에서 방황하고, 신이 왜 악을 허용하는지 묻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신이 침묵하더라도, 우리는 선을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말합니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신이 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 결론 – 고통을 끌어안고, 인간으로 남기 위해

《옥토패스 트래블러》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각기 다른 형식 속에서 인간의 고통, 죄, 신념, 그리고 구원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탐색하는 작품입니다.

8인의 주인공은 서로 다르지만, 그들의 여정은 결국 하나로 향합니다: “나는 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가?”

카라마조프가의 인물들 또한 끝없는 고뇌 속에서 사랑과 책임을 향해 나아갑니다.

완전한 진실은 없지만, 진실을 향해 가는 여정은 가능하다. 신은 침묵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다.

📢 다음 편 예고:

게임과 문학 시리즈 9부 – 언더테일 × 『죄와 벌』
죽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왜 죽이는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죄와 벌, 용서와 구원의 서사.
다음 편에서는 도덕적 자유와 그 책임을 중심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