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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문학 시리즈 6부 – 선택, 후회, 그리고 구원은 가능한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 『어톤먼트』)

by HaGT 2025. 4. 2.

게임과 문학 시리즈 6부 – 선택, 후회, 그리고 구원은 가능한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이언 매큐언의 『어톤먼트』는 서로 다른 형식과 배경을 가진 작품이지만, 모두 ‘선택’이 만들어낸 파국과 그에 대한 구원의 가능성을 다룹니다.

사진을 통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소녀 맥스, 그리고 거짓된 고백으로 두 사람의 인생을 뒤틀어버린 브라이오니. 두 사람은 자신이 만든 현실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속죄’를 선택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작품이 어떻게 시간, 후회, 용서, 구원이라는 테마를 서사 구조와 인물의 선택을 통해 풀어내는지 비교 분석합니다.


1.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의 순간

📷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 사진 한 장이 운명을 바꾼다

주인공 맥스 콜필드는 18살의 사진학도입니다. 어느 날,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첫 번째 결정으로, 죽어가던 친구 클로이를 구합니다.

그 이후 맥스는 시간의 흐름을 수없이 조작하면서 사건을 바로잡고자 하지만, 하나의 선택이 다른 문제를 만들고, 모든 시도가 결국 더 큰 비극을 불러옵니다.

결국 그녀는 질문하게 됩니다:

“사람의 운명을 내가 바꿔도 되는 걸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은 후회를 지우는 힘이 아니라, 후회의 무게를 끝없이 반복하게 만드는 저주이기도 합니다.

✒ 어톤먼트 – 잘못된 고백, 평생의 속죄

브라이오니는 13살의 소녀입니다. 언니 세실리아와 그녀의 연인 로비 사이에서 벌어진 사랑과 욕망의 장면을 오해하고, 그날 밤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로비를 지목합니다.

브라이오니의 말은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로비는 감옥에 가고, 세실리아와 로비의 삶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브라이오니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어린 내가 한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부쉈다.”

그녀는 평생을 글과 상상 속에서 속죄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용서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2. 시간, 기억, 그리고 후회의 무게

🕰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 되돌아가도, 완벽한 해결은 없다

맥스는 끊임없이 시간을 되감습니다. 하지만 조작할수록 상황은 더 꼬이고, 도미노처럼 비극은 연속적으로 발생합니다.

  • 클로이를 살리면 다른 친구 케이트가 죽고,
  • 과거를 바꾸면 클로이가 식물인간이 되며,
  • 더 나아가 도시 전체가 폭풍에 휩쓸리기도 함

결국 맥스는 마지막에 가장 무거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 도시를 구하기 위해 클로이를 포기할 것인가?
  •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운명대로 흘러가게 둘 것인가?

이 선택 앞에서 맥스는 더 이상 신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후회를 되돌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저 감당할 뿐입니다.

📖 어톤먼트 – 기억은 되돌릴 수 없지만, 다시 쓸 수 있다

브라이오니는 어른이 되어 작가가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죄를 기반으로 ‘어톤먼트(속죄)’라는 제목의 소설을 씁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는 로비와 세실리아가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써 써내려 갑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아닙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전쟁 속에서 죽었고, 그들의 삶은 결코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해피엔딩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거짓이었다.”

브라이오니는 현실에서는 구원받지 못했지만, 글이라는 공간에서라도 용서를 꿈꿨습니다.


3. 구원의 가능성 – 속죄란 무엇인가?

🙏 맥스의 속죄 – 선택을 감당하는 것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과거를 바꾸는 것이 구원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받아들이는 것이 구원이다”라고 답합니다.

맥스는 마지막에 어떤 선택도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만든 시간의 왜곡을 되돌리고, 클로이를 잃는 것을 감수하거나, 도시의 파괴를 받아들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자신의 선택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면… 나는 감당해야 한다.”

🙏 브라이오니의 속죄 – 글을 통한 자기 고백

브라이오니는 늙어서야 책을 발표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나는 진실을 말하지 못했지만, 거짓을 통해서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그녀의 속죄는 완전한 구원이 아닙니다.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되돌려줄 수 없고, 로비와 세실리아도 돌아오지 않지만, 그녀는 자신의 죄를 기억하고, 인정하고, 잊히지 않도록 기록함으로써 자신만의 방식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어톤먼트는 질문합니다: “속죄란 무엇인가? 진심으로 후회하고, 책임지고, 그 진실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을까?”


4. 작품 구조와 내러티브의 병렬성

🔁 비선형 서사와 반복 구조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 맥스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같은 사건을 반복적으로 겪고
  • 브라이오니는 글 속에서 과거를 되풀이하며 다시 씁니다

이는 ‘시간이 흐른다고 죄와 후회가 사라지는 게 아님’을 상징합니다. 죄책감은 반복되고, 속죄는 반복 속에서 완성됩니다.

🌀 다중 엔딩 vs 픽션 속 진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며, 어톤먼트는 마지막에 “이 모든 건 픽션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현실과 허구, 선택과 결말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다음과 같은 철학적 질문을 남깁니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원이라면, 허구 속에서라도 이루어야 하는가?”

5. 감정의 깊이 – 인간으로 산다는 것

❤️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 사랑의 대가

맥스와 클로이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 이상의 감정으로 표현됩니다.

맥스는 끝까지 클로이를 지키고자 하며, 그 감정이 그녀의 모든 선택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깨닫습니다:

  • 사랑은 세상을 구하지 않는다
  • 때론 사랑을 지키는 일이 더 큰 비극을 만들 수 있다

이 감정의 깊이는 단순한 ‘엔딩 선택’ 이상으로, 플레이어에게 인간다운 고뇌를 체험하게 합니다.

💔 어톤먼트 – 용서받지 못한 사랑

세실리아와 로비의 사랑은 브라이오니의 오해로 인해 비극으로 끝납니다.

브라이오니는 그들의 사랑을 소설로써 구원하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들을 죽였고,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사랑은 기억될 수는 있어도, 상처를 지운다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잔인할 정도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 결론 –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와 『어톤먼트』는 결국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공유합니다:

  •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 그러나 과거를 인정하고, 책임지고, 감당할 수는 있다
  • 진짜 구원은 ‘모든 걸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두 작품은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지만, 후회와 죄책감을 부정하지 않고 마주했을 때 비로소 인간은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완벽한 구원은 없지만, 용기를 낸 사람에겐 다시 걸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 다음 편 예고:

게임과 문학 시리즈 7부 – 사이버펑크 2077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어디인가?
기억과 감정이 주입된 존재는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다음 편에서는 기술 사회 속에서 자아와 인간성을 탐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