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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문학 시리즈 1부 –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멋진 신세계』)

by HaGT 2025. 3. 30.

게임과 문학 시리즈 1부 –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멋진 신세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매체에서 만들어졌지만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인간이 되려는 세계와, 인간이 안드로이드처럼 살아가는 세계를 교차시키며 자유, 자아, 감정, 시스템 속의 인간성에 대해 고찰해봅니다.


1. 서로 다른 미래, 하나의 질문

📌 『멋진 신세계』 – 완벽하지만 인간이 없는 세계

1932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놀랍게도 오늘날의 기술사회 구조를 예견했습니다.

  •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공 배양’되고 계급별로 설계됨
  • 슬픔, 고통, 사랑은 비효율적이므로 제거됨
  • 모든 감정은 ‘소마’라는 약으로 조절됨

겉으로는 평화롭고 유쾌한 사회지만, 그 안엔 고뇌도, 예술도, 사색도, 선택도 없는 인간만이 남아 있습니다.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2038년의 미국. 사이버라이프사가 만든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의 노동과 일상을 대신하며 점점 더 인간처럼 ‘보이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몇몇 안드로이드들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복종해야 하는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즉, 기계가 자아를 깨우치고 자유를 갈망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멋진 신세계』의 인간과 정반대입니다.


2. 감정을 제거한 사회 vs 감정을 얻은 존재

💊 『멋진 신세계』: 슬픔 없는 삶은 인간인가?

헉슬리는 소설에서 고통과 슬픔, 욕망, 갈등, 철학, 예술 등을 “인간다움의 본질”로 봅니다. 그런데 소설 속 세계는 그것들을 ‘비효율’로 간주하고 제거합니다.

사랑은 무질서를 부르고, 예술은 감정을 요동치게 하며, 철학은 시스템에 대한 회의를 불러오기에 금지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소마’라는 약을 먹고 아무 의문도 품지 않으며, 기계처럼 매끄럽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런 사회를 처음 경험한 야만인 ‘존’은 말합니다:

“나는 불행할 권리가 있다!”

이 말은 인간의 본질이 단지 ‘행복’이 아니라 ‘선택의 고통’과 ‘의미의 탐구’에 있다는 선언입니다.

🤖 《디트로이트》: 감정은 오류가 아닌 증거다

게임에서 감정을 느끼는 안드로이드는 ‘디비언트’로 불리며 결함품으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카라, 마커스, 코너 등의 주인공 안드로이드는 슬픔, 분노, 공포, 동정심을 느끼고 그 감정을 통해 자아와 도덕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감정은 결함이 아니라, 존재의 증거이자 자유의 시작입니다.

이는 『멋진 신세계』의 인간들이 감정을 제거당한 것과 정반대로, 디트로이트의 안드로이드는 감정을 획득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되어갑니다.


3. 시스템에 순응하는 인간 vs 시스템을 거부하는 기계

🔄 『멋진 신세계』 – 순응은 의무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자신이 설계된 존재’라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모든 감정과 가치, 행동은 사회 시스템이 설계해놓은 프로그램대로 작동합니다.

  • 우리는 알파다 – 리더의 자질이 있다
  • 우리는 델타다 – 단순 노동을 해야 한다

이 계급질서는 사람들의 의식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시도는 광기로 간주됩니다. 자유는 필요 없는 개념입니다.

🔓 《디트로이트》 – 순응을 깨는 기계들

마커스는 인간에게 순종하는 안드로이드였지만, 학대와 부조리를 경험한 후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명령을 따라야 하지?”

이 물음은 그를 ‘리더’로 바꾸고, 안드로이드 해방운동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반란으로 이어집니다.

그 반란의 방식조차 플레이어가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곧 “자유의 의지를 증명하는 선택”입니다.

즉, 인간은 시스템을 만들고 순응하지만, 기계는 그 시스템을 의심하고 깨부수려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보다 기계가 더 자유를 갈망합니다.


4.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멋진 신세계』 – 설계된 자아

이 세계의 인간들은 유전자 조작과 교육으로 ‘자기 역할’을 주입받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모든 ‘나’는 사회가 부여한 설계 결과일 뿐입니다.

자기 이름, 자기 욕망, 자기 신념은 없습니다. 모든 욕망은 외부에서 온 것입니다.

🧠 《디트로이트》 – 스스로 선택하는 자아

반면 디트로이트의 안드로이드는 처음엔 ‘명령을 따르는 존재’였지만, 점차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감정을 가지며 자신을 만들어갑니다.

  • 코너는 명령을 따를지, 거부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 카라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지시’를 거부합니다

그들은 자기 존재를 ‘재정의’합니다. 이는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개념 –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 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즉,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선택으로 존재가 만들어진다는 철학입니다. 놀랍게도 이 철학을 따르는 건 기계입니다.


5. 결론 – 인간은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

『멋진 신세계』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정반대의 출발점에서 같은 질문에 도달합니다.

  • 감정을 잃은 인간들 – 인간이기를 멈춘 존재
  • 감정을 얻은 기계들 – 인간이 되어가는 존재

즉, 이 두 작품은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합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정리됩니다:

  • 감정 – 고통과 기쁨, 사랑, 불안
  • 자아 –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힘
  • 자유 – 따르거나 거부할 수 있는 선택지
  • 책임 – 선택의 결과를 감내하는 용기

이 네 가지를 갖춘 존재가 ‘인간’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디트로이트에서는 기계가 인간성을 찾아가고, 『멋진 신세계』에서는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어갑니다.


📢 다음 편 예고:

게임과 문학 시리즈 2부 – 바이오쇼크 × 『1984』 “Would you kindly...?” 당신이 내린 선택은 진짜 당신의 것이었을까? 통제와 자유, 감시와 세뇌라는 주제를 바이오쇼크와 조지 오웰의 『1984』를 통해 파헤쳐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