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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두 얼굴 – Undertale의 ‘His Theme’와 ‘Megalovania’

by HaGT 2025. 4. 7.

감정의 두 얼굴 – Undertale의 ‘His Theme’와 ‘Megalovania’

 

《Undertale》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세상이 바뀌는 유일무이한 구조를 가진다.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으며, 모두를 구원할 수도, 모두를 지울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두 개의 대표곡, ‘His Theme’‘Megalovania’는 게임의 윤리 구조와 감정 반응을 음악으로 완벽히 표현한 사례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곡이 왜 게임 음악사의 명곡이 되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 His Theme – 기억과 용서의 멜로디

🎭 등장 상황

‘His Theme’는 진 엔딩 루트(Pacifist Ending)의 마지막 전투에서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이 곡이 흐르는 가운데, 기억을 잃은 아스리엘(Asriel Dreemurr)과 대면한다.

이 장면의 핵심은 전투가 아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피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아스리엘의 마음을 열고, 그가 잊고 있던 ‘친구’로서의 자신을 기억하게 만든다.

‘His Theme’는 바로 이 기억의 회복과 감정의 해방을 상징하는 음악이다.

🎼 음악 구조 분석

  • Key: C Major – 가장 기본적이고 순수한 조성
  • 구성: 반복적이면서도 점진적으로 강해지는 구조
  • 테마 활용: 게임의 주요 테마곡 “Hopes and Dreams”, “Memory”를 내포

초반에는 잔잔하고 반복적인 패턴이 지속되며 “기억이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그린다. 점차 스트링과 베이스가 추가되며 “감정이 터져 나오는 순간”을 완성시킨다.

특히 후반부의 멜로디는 이전 곡들에 대한 답가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감정을 회상시키는 기능도 있다.

🧠 감정 설계 포인트

- 대립 → 회복으로 감정 곡선을 설계 - 같은 멜로디가 조금씩 다른 악기로 반복되며 감정 층위 강화 - 전투라기보다는 “용서와 사랑의 순간”을 표현하는 음악

이 곡이 흐르는 동안 플레이어는 아스리엘과 자신을 모두 용서하게 된다.

“나는 그 아이를 지우려 한 게 아니야… 그저… 혼자가 되기 싫었어.”

‘His Theme’는 이 한 줄의 대사를 위해 존재하는 곡이다.


2. Megalovania – 윤리적 공포의 사운드

💀 등장 상황

이 곡은 오직 제노사이드 루트에서만 들을 수 있다. 당신이 모든 몬스터를 죽이고, 살인자 그 자체가 되었을 때, 산즈(Sans)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막기 위해 등장한다.

플레이어가 이 곡을 듣게 된다는 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뜻이다.

🎼 음악 구조 분석

  • Key: D Minor – ‘운명의 키’로 불리는 조성
  • 템포: ♩= 240 (매우 빠름)
  • 리듬: 비정형, 역박 리듬, 반복적인 펄스
  • 악기: 디스토션 기타, 신디사이저, 비트 박스

인트로부터 강렬하게 귀를 때리는 베이스 리프는 “지금부터는 진짜 지옥이다”라는 감정적 전조를 준다.

이 곡은 전투 내내 변하지 않는다. 긴장감이 풀리는 구간이 없으며, 그 자체로 플레이어의 정신을 조여온다.

🔥 구성의 특징

- 단순한 8비트 반복 → 점진적 악기 추가 - 멜로디가 아닌 리듬으로 플레이어를 지배 - 긴장과 공포를 음악적으로 설계한 대표 예시

😨 플레이어 감정 유도

- 음악 자체가 죄책감과 혼란을 증폭시킴 - “멈출 수 없는 선택을 해버렸다”는 자각과 함께 “정말 이걸 끝까지 가야 할까?”라는 자기 질문을 유도

“이 전투를 시작했다는 건, 당신은 정말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란 거겠지?” — Sans

‘Megalovania’는 음악으로 윤리적 고통을 각인시키는 메타 디자인이다.


3. 음악 설계의 정반합 – 도덕과 감정의 인터랙션

🎵 대비 구조

| 요소 | His Theme | Megalovania | |------|------------|--------------| | 조성 | C Major (순수) | D Minor (비극, 분노) | | 분위기 | 감정적, 서정적 | 공격적, 긴장감 | | 목적 | 기억과 용서 | 심판과 죗값 | | 루트 | Pacifist 엔딩 | Genocide 루트 | | 플레이어 감정 | 눈물, 공감 | 공포, 죄책감 |

📐 설계적 의도

- His Theme은 "당신은 좋은 선택을 했다"는 감정 보상을 줌 - Megalovania는 "당신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책임을 강제함

두 곡은 구조적으로, 정서적으로 완전히 반대이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

4. 작곡가와 메타 의미 – 토비 폭스(Toby Fox)의 디자인 철학

토비 폭스는 전작 ‘EarthBound Halloween Hack’부터 이미 감정의 컨셉과 루트별 사운드 레이어를 설계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가 만든 Undertale의 음악은 단순한 BGM이 아니라, 게임 서사의 ‘감정 엔진’ 역할을 한다.

“음악은 감정을 미리 말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이 시작되는 장소여야 한다.” — Toby Fox

‘His Theme’와 ‘Megalovania’는 바로 이 철학을 실현한 대표 사례다.


📚 결론 – 당신은 어떤 감정을 남겼는가?

Undertale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은 말한다.

  • 너는 그 아이를 기억하니? → His Theme
  • 너는 누구를 죽였니? → Megalovania

그 선택을 정의하는 것은 당신이다. 그리고 그 음악은, 언제까지고 당신의 귀에, 마음에 남는다.

음악은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선율을 반복할 때마다, 당신은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 다음 편 예고:

5부 – GRIS: 색으로 우는 음악, 감정의 회복
슬픔의 5단계를 따라 음악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다음 편에서는 감정이 곡을 이끌고, 색이 선율이 되는 아름다운 사운드 여정을 다룹니다.